[오수록 수사의 詩] 모자를 벗고 - 세례를 받는 두 형제를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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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가정의 담이 무너지고
그 파열破裂 속에
가족마저 뿔뿔이 흩어졌네
시린 바람 불어오고
배고픔이 슬픔을 삼키던 날들
오 오래도록
도시의 광야에 홀로 서서
온몸으로 비바람을 견뎌야 했네
곤궁한 세월이 살을 저미어
성한 곳 하나 남지 않은 몸
더디게 교리를 익히고
주님을 향해 비로소 성호를 그으려 해도
마디 굳은 손가락은 말을 듣지 않네
그래도…
어설픈 왼손을 들어
떨리는 마음 얹어
정성스레 주님의 십자가를 긋네
이제 눌러쓴 모자를 벗고
마음의 빗장 모두 거두고
눈물로 씻긴 맑은 눈으로
더없이 푸른 하늘을 우러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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